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 Spirited Away)

모노노케 히메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였지만, 지브리의 뒤를 맡을 예정이었던 콘도 요시후미가 사망하는 바람에 다시 복귀하면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2001년에 만들어졌으며, 국내 상영은 2002년이다)

당초 미야자키는 카시와바 사치코의 동화 '안개 너머의 이상한 마을'을 애니화하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무산되고, 자신이 직접 원작과 각본을 맡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게 되었다. 대신 '안개 너머의 이상한 마을' 작품의 영향이 안에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흥행면에서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성기를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애니 속의 잔잔한 감동은 어째서인지 지금도 마음깊이 와닿게 된다.


(주인공이 되는 치히로, 나이는 10살)

- 줄거리 -

화창한 어느 날,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길을 잘못 들어 어떤 터널 앞에 도착하게 되고, 터널을 지나자 묘한 느낌을 주는 폐허가 된 놀이 공원을 발견한다. 치히로는 기분 나쁜 느낌에 빨리 떠나자고 부모님을 재촉하지만 뭔가에 홀린 걸까?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음식점 앞에서 음식을 먹게 된다.


아무리 말려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답답한 치히로. 그런 모습에 질려 혼자 돌아가겠다고 나서는데, 주 무대가 되는 온천 건물 앞에서 수수께끼 같은 소년 하쿠와 만나게 된다.


다짜고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라는 그의 말. 그러나 이미 해는 져가고 그곳에서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스포주의>

늘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주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들이 겪게되는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만화 속에는 지금까지의 지브리 작품들이 그렇듯이 관련 루머가 존재하며, 실은 이 작품은 매춘에 관해 비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있다.


주인공 센은 유녀(湯女)로 일을 하게 되며, 일본어 사전의 의미로도 온천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대중목욕탕의 창녀로 해석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풍속에서도 소녀는 견습으로 허드렛일을 하는데 치히로가 바로 그 단계라고 한다.


만약 풍속과 연관된 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본다면, 부모의 빚을 대신 갚으려 뛰어들어온 어린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목욕탕의 종업원(유녀)이 종종 매춘을 했던 과거 일본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주인공이었던 치히로가 센이라는 본명과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은 과거 일본의 매춘부들의 관행이기도 했으며, 본명을 잊으면 나갈 수 없는, 「이전의 자신을 잃고 현재의 생활에 빠져버린 상황」을 은근슬적 암시한다고 할 수 있겠다.


(늘 유령처럼 다가오는 가오나시)

영화를 봤으면 모두가 알 수 있듯, 목욕탕 속에 오는 그많은 고객들 사이에서도 여자(여신)는 단 하나도 없다. 더군다나 목욕탕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역시 여성들만 존재한다. 이를 통해 이 영화가 풍속에 매우 밀접한 것을 보여준다.


(실제 배경이 되었다는 일본의 도고온천)

더구나, 영화 중반쯤에 나오는 가오나시는 센을 향한 큰 호의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넘겨짓는 것일 수도 있었느나, 이후 보여주는 호의가 대부분 금과 같은 재물들이였는데, 매춘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성이 순결한 여성에게 더 높은 값을 치뤄주듯, 가오나시 호의가 센의 처녀성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성이 높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오물신이 센과 엮이면서 사건이 진행되는 중반부는 각본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다. 나중에 하쿠가 다쳐 이를 구하려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쥐와 까마귀로 변한 보우와 유버드를 통해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훈훈하고 희망 가득찬 과정이 그려지는 덕분에 매춘에 대한 비유를 납득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미야자키 감독의 예술성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욕구를 반영하면서 과정이 순해지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예술성과 오락성을 노련하게 담아낸 명실상부한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가오나시도, 하쿠도, 보우도, 치히로도 모두 성장하는 결말 부분은 요즘의 오락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긍정적이고 건전한 결말이라 큰 여운을 남긴다.


(2015년 2월5일 국내 재개봉을 알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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